제주도 푸른 꽃게, 우리 집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변신 가능할까?
이 글에서는 제주 바다의 새로운 불청객이자 잠재적 식재료인 청색꽃게의 정체를 파헤치고, 그 출현이 의미하는 생태학적 경고를 짚어본다. 나아가, 가장 현실적인 궁금증인 '간장게장' 제조 가능성과 그 방법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1. 제주 바다의 새로운 손님, '청색꽃게'의 정체
제주에서 발견되는 푸른빛의 게는 '청색꽃게' 또는 '타이완꽃게'로 불린다. 학명은 Portunus pelagicus로, 주로 동남아시아, 인도-태평양 등 아열대 해역에 넓게 분포하는 종이다. 본래 우리나라 남해안 일부에서 드물게 발견되기는 했으나, 제주 연안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1.1. 이름은 같지만 다른 게: 청색꽃게 vs 미국꽃게
최근 이탈리아에서 대량 번식해 생태계를 교란시켜 문제가 된 '푸른 꽃게'와 제주 청색꽃게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탈리아에서 문제를 일으킨 종은 대서양에 서식하는 미국꽃게(Callinectes sapidus)로, 제주에서 발견되는 청색꽃게(Portunus pelagicus)와는 과(Family)는 같지만 속(Genus)이 다른 별개의 종이다. 두 종 모두 'Blue Crab'으로 불릴 때가 있어 혼란을 주지만, 생태적 특성과 원산지가 명확히 다르다.1.2. 토종 꽃게와 구별하는 법
청색꽃게는 우리나라 토종 꽃게(Portunus trituberculatus)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등딱지 앞부분의 이빨(가시) 모양과 집게다리의 돌기 개수다.
- 등딱지 앞쪽 이빨: 청색꽃게는 4개의 이빨이 있으며 안쪽 2개가 바깥쪽 2개보다 작다. 반면, 토종 꽃게는 3개의 이빨이 있고 중앙의 것이 가장 크다.
- 집게다리 돌기: 청색꽃게의 집게다리 긴 마디(장절) 앞 가장자리에는 돌기가 3개 있다. 토종 꽃게는 4개의 돌기를 가지고 있다.
- 색상: 수컷 청색꽃게는 이름처럼 선명한 푸른빛과 흰색 반점을 띠어 구별이 쉽지만, 암컷은 녹갈색을 띠어 토종 꽃게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형태학적 차이는 두 종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자세한 비교 정보는 관련 생물학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왜 지금 제주에 나타났을까? 기후변화의 명백한 신호
전문가들은 청색꽃게의 갑작스러운 출현과 개체 수 증가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을 지목한다. 아열대성 생물인 청색꽃게가 제주 연안에서 정착하고 번성할 수 있을 만큼 바다가 뜨거워졌다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4년까지 57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5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0.7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한반도 주변 바다가 얼마나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제주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제주 지역의 고수온(주의보 이상) 발생일수는 2020년 22일에서 2025년에는 85일로 급증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청색꽃게와 같은 아열대성 종에게는 새로운 서식지를, 기존 토착종에게는 생존의 위협을 의미한다.
2.1. 뜨거워지는 바다, 변해가는 생태계
제주 바다의 변화는 청색꽃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립수산연구원의 조사(2012~2021년)에 따르면, 제주 연안 어획물 중 아열대 어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42%에 달했으며, 2020년에는 47%까지 치솟았다. 화려한 색상의 파랑돔(Parrotfish)은 이제 멸치보다 보기 쉬운 어종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제주 수산업의 기둥이었던 토착 어종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0년대 연간 20만 톤에 달했던 살오징어 어획량은 2023년 2만 3천 톤으로 곤두박질쳤으며, 갈치와 고등어 같은 주요 어종 역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해수온 상승이 단순히 새로운 종의 유입을 넘어, 기존 먹이사슬과 해양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임을 시사한다.
3. 청색꽃게,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식용 가능 여부는 대중의 큰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색꽃게는 식용이 가능하며, 이미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수산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3.1. 맛과 식감: 토종 꽃게와 비교
청색꽃게의 맛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일부 자료에서는 토종 꽃게에 비해 단맛과 감칠맛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주요 서식지인 동남아 등 따뜻한 해역의 게들이 한류성 어종에 비해 맛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주 현지에서 청색꽃게를 잡아 쪄 먹거나 요리해 본 사람들은 "기존 꽃게와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주민은 통발에 잡힌 청색꽃게를 맛본 후 기존 꽃게와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인의 입맛과 요리 방식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으며, 기본적인 맛과 식감은 우리가 알던 꽃게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3.2. 새로운 수산자원으로서의 가능성
청색꽃게는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서 중요한 상업적 어종으로 거래된다. 특히 빠른 성장 속도와 높은 번식력, 환경 내성 덕분에 양식에도 적합한 종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특성은 향후 제주 연안에 정착한 청색꽃게가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주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제주 특산 수산생물이 북상하고 아열대성 어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식용 가능한 아열대성 어류를 탐색하고 양식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청색꽃게가 감소하는 토착 어종을 대체하는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4. 제주 청색꽃게로 담그는 간장게장: 실전 레시피와 팁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 "청색꽃게로 간장게장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호주 등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청색꽃게(Blue Swimmer Crab)를 이용해 간장게장을 담가 먹고 있으며, 기본적인 조리법은 토종 꽃게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4.1. 재료 준비 및 손질법
신선한 간장게장의 첫걸음은 좋은 재료와 꼼꼼한 손질이다.
- 재료: 활력이 좋은 청색꽃게, 진간장, 물, 양파, 대파, 마늘, 생강, 청양고추, 홍고추, 사과, 월계수 잎, 통후추 등 (기호에 따라 가감)
- 선별: 들어봤을 때 묵직하고, 배 부분이 단단한 게가 살이 꽉 차 있을 확률이 높다.
- 손질:
- 살아있는 게는 잠시 냉동실에 넣어 기절시키면 손질이 편하다.
- 칫솔이나 부드러운 솔로 등딱지, 다리 사이, 배 부분을 구석구석 문질러 이물질을 제거한다.
- 배딱지(암컷은 둥글고, 수컷은 뾰족함)를 열어 안쪽도 깨끗이 닦아준다. 이 과정에서 내부의 검은 내장이 일부 나올 수 있다.
- 아가미는 쓴맛과 비린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가위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
- 손질이 끝난 게는 체에 밭쳐 물기를 완전히 빼준다.
4.2. 황금 비율 간장 소스 만들기
간장게장의 맛은 간장 소스가 좌우한다. 짜지 않고 감칠맛 나는 소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 간장 소스 비율 (꽃게 2kg 기준): 물 1.8L, 진간장 900ml(4.5컵), 청주 또는 소주 1컵, 설탕 또는 올리고당 1컵, 양파 1개, 대파 1대, 마늘 10쪽, 생강 1톨, 건고추 2~3개, 사과 반 개, 통후추 1큰술
- 큰 냄비에 간장, 물, 청주, 설탕을 제외한 모든 채소와 향신료를 넣는다.
- 간장과 물을 붓고 센 불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20~30분간 더 끓여 채소의 맛이 우러나오게 한다.
- 불을 끄고 설탕과 청주를 넣어 잘 섞어준다.
- 만들어진 간장 소스는 체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하고, 완전히 차갑게 식힌다. 미지근한 상태에서 부으면 게가 상할 수 있다.
4.3. 숙성 및 보관 노하우
정성껏 만든 소스는 이제 꽃게와 만나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 1차 숙성: 밀폐 용기에 손질한 게를 등딱지가 아래로 향하게 차곡차곡 담는다. 완전히 식힌 간장 소스를 게가 잠기도록 붓고 냉장고에서 2~3일간 숙성시킨다.
- 2차 숙성 (선택): 2~3일 후, 간장만 따라내어 다시 한번 팔팔 끓인 뒤 완전히 식혀서 다시 부어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보관 기간이 길어지고 맛이 더 깊어진다.
- 보관: 간장게장은 숙성 3일째부터 가장 맛있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숙성된 게를 건져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고, 먹을 때마다 꺼내 남은 간장을 부어 해동해 먹으면 된다. 남은 간장은 한번 끓여 식힌 후 다른 조림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5. 환영과 우려 사이: 제주 해양 생태계의 미래
제주 청색꽃게의 등장은 우리에게 양면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시대에 적응할 새로운 수산자원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바다가 겪고 있는 심각한 생태계 변화를 알리는 경고등이다.
이 낯선 손님을 단순히 식탁 위의 별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청색꽃게를 포함한 외래 유입종의 확산 경로와 생태계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장기적인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대책'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제주 청색꽃게로 간장게장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맛을 즐기는 동안, 이 푸른 갑각류가 우리에게 보내는 뜨거운 바다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색꽃게의 등장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해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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