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그냥 붙이면 독이 됩니다: 당신이 몰랐던 위험한 사용법
어깨가 뻐근할 때, 운동 후 근육이 뭉쳤을 때,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파스 한 장을 꺼내 듭니다.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파스. 하지만 이 작은 붙이는 약이 사용법에 따라 우리 몸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단순한 통증 완화제를 넘어, 파스는 엄연한 의약품입니다. 무심코 저지르는 잘못된 습관이 어떻게 건강을 위협하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통증 종류 무시하고 아무거나? '쿨파스'와 '핫파스'의 전쟁
파스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통증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파스는 크게 냉찜질 효과를 내는 '쿨파스'와 온찜질 효과를 내는 '핫파스'로 나뉩니다. 둘의 역할은 정반대이기에, 잘못된 선택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쿨파스는 멘톨, 캄파 성분이 들어있어 피부 온도를 낮추고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이는 갑자기 삐거나 넘어져서 생긴 급성 통증, 부기, 염증에 효과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타박상 초기에는 쿨파스를 사용해 부기와 염증을 먼저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반면 핫파스는 캡사이신(고추 추출물) 같은 성분으로 피부에 열감을 주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따라서 부기가 빠진 후에도 계속되는 만성적인 통증, 뻐근한 근육 뭉침, 관절염에 적합합니다. 만약 부어오른 급성 염증 부위에 핫파스를 붙이면, 혈관이 확장되어 출혈과 부종이 더 심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2. "오래 붙이면 효과도 오래?" 피부가 비명을 지릅니다
많은 분들이 파스를 한 번 붙이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오래 붙여두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피부 건강에 치명적인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파스는 제품에 따라 8시간에서 12시간 이내로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약효는 거의 사라지고 부작용 위험만 커집니다.
파스를 오래 붙이면 접착제와 약물 성분이 피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접촉성 피부염, 가려움증, 발진, 물집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뗄 때 피부 표피가 함께 떨어져 나가는 '표피 박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핫파스를 붙인 채 전기장판이나 핫팩을 사용하는 것은 '저온 화상'의 지름길입니다. 열이 약물 흡수를 과도하게 촉진시켜 화상을 입거나 전신 부작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새 파스를 붙일 때는 최소 2시간 정도 피부를 쉬게 해주는 것이 좋으며, 잘 떨어지지 않을 때는 물에 불려 부드럽게 제거해야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성분 확인 없는 '묻지마 파스', 심각한 부작용의 시작
파스는 그저 시원하거나 뜨거운 느낌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소염진통제 등 다양한 약물 성분을 피부를 통해 흡수시키는 '경피 흡수제'입니다. 따라서 특정 성분은 개인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케토프로펜(Ketoprofen)과 햇빛의 위험한 만남
관절염 파스로 유명한 '케토프로펜' 성분은 '광과민성(Photosensitivity)'이라는 독특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성분은 자외선과 만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피부 발진, 물집, 색소 침착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케토프로펜 파스를 사용 중일 때는 물론, 제거 후 최소 2주까지는 해당 부위를 옷이나 자외선 차단제로 가려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소염진통제(NSAIDs) 성분, 특정 환자에겐 '경고등'
대부분의 소염진통 파스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계열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통증과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천식 환자에게는 '아스피린 천식'과 유사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산부, 특히 임신 후기에는 태아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살리실산메틸(Methyl Salicylate) 과다 사용의 함정
특유의 시원한 향으로 익숙한 '살리실산메틸' 성분 역시 과다 사용 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성분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데, 넓은 부위에 장기간 사용하거나 어린이가 사용할 경우 '살리실산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가 윈터그린 오일(살리실산메틸 98% 함유) 한 티스푼을 섭취하는 것은 아스피린 약 22알을 먹는 것과 맞먹는 독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국소용 제품이라도 전신 독성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4.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파스 도배는 금물
통증이 여러 곳에 있다고 해서 온몸에 파스를 도배하듯 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파스의 약물 성분은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흡수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갑니다. 따라서 여러 장의 파스를 동시에 붙이는 것은 권장량 이상의 진통제를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전신 부작용의 위험을 높입니다. 특히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고령층의 경우, 파스 성분과 기존 복용 약물이 상호작용하여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은 노년층에서 낙상 위험을 높이는 등 부정적인 건강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여기에 파스까지 더해지면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통증이 광범위하다면 파스 여러 장에 의존하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5. 절대 파스를 붙이면 안 되는 '금지 구역'
파스는 피부 상태가 건강한 곳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다음은 파스를 절대 붙여서는 안 되는 '금지 구역'입니다.
- 상처, 습진, 발진이 있는 부위: 손상된 피부는 약물 성분을 과도하게 흡수시켜 부작용 위험을 높이고,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눈 주위, 코, 입 등 점막: 점막은 피부보다 훨씬 예민하고 흡수율이 높아 심한 자극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허브 찜질(Poultice)을 눈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카모마일 차(Chamomile tea)를 이용한 눈 찜질이 심각한 알레르기성 결막염, 혈관부종, 심지어 전신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제대로 살균되지 않은 허브는 미생물 오염으로 인해 2차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한 파스 사용을 위한 최종 체크리스트
파스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꼭 기억하세요.
- 통증에 맞는 종류 선택: 급성 통증엔 '쿨파스', 만성 통증엔 '핫파스'를 사용하세요.
- 사용 시간 준수: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권장 시간(보통 8~12시간)을 지키세요.
- 피부 상태 확인: 상처나 습진이 있는 곳, 점막 부위는 피하세요.
- 성분 확인: 케토프로펜, NSAIDs 등 특정 성분에 대한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알레르기나 천식이 있다면 약사와 상담하세요.
- 과유불급: 필요한 부위에 한두 장만 사용하고, 온몸에 도배하지 마세요.
- 열 조심: 핫파스 사용 시 전기장판, 핫팩 등 온열기구와 함께 사용하지 마세요.
- 전문가와 상담: 1~2주 이상 사용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피부 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하세요.
파스는 통증을 잠시 잊게 해주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결코 '단순한 스티커'가 아닙니다. 내 몸에 직접 작용하는 '의약품'임을 잊지 말고, 올바른 지식으로 똑똑하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당신의 건강은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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